본문 바로가기
일상

일본 JR의 이상한 과금 시스템

by 모콤보소 2024. 7. 21.

일이 있어 교토(Kyoto)에서 아이치(Aichi) 현의 이누야마(Inuyama)를 다녀왔다.

비용도 아낄겸 JR이 운영하는 일반 열차를 타고 기후(Gifu)역을 거치는 약 2시간 반 정도의 경로를 이용하였다. 이 경로는 내가 일본에서 가장 좋아하는 기차 여행 경로로, 천천히 여행을 하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는 바이다.

 

집을 나와 교토의 엠마치(emmachi) 역에서(일본어로는 엔마치 역이라고 읽는다.) 승차후, 교토역에서 환승, 그리고 기후역에 도착하였다. 하차 후 교통 카드를 개찰기에 대니 결제 오류가 발생한다. 역무원에게 문의를 하라는 안내음도 나온다. 그래서 역무원에게 갔다. 교토에서 왔다고 하니 1980엔이라고 하더니 교통카드를 그들의 단말기에 대라고 한다. 이후 내 출발지가 교토역이 아니라며 2310엔을 결제해야 한다고 하고 나는 결제를 마치고 역을 빠져나왔다. 그런데 뭔가 과다 청구가 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이누야마까지 빨리 가야했기에 다음날 문의를 하기로 하고 메이테츠 전철을 이용해서 이누야마로 이동하였다.

 

 

구글 맵으로 확인한 요금. 엔마치역에서 교토역까지 190엔. 기후에서 교토까지 1980엔.

 

다음날, 모든 일정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 기후역의 개찰구에 있는 역무원실에 들렀다.

엔마치역에서 교토역까지가 190엔, 교토역에서 기후역까지가 1980엔이니, 어제 나의 철도 이용 요금은 2,170엔이 아니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교토에서 기후역까지는 1980엔이지만 엔마치역에서 출발하면 330엔이 추가 된다고 한다. 음. 어떻게 그렇게 될 수 있는지 신기해서 그럼 교토역에서 일단 개찰구를 빠져나오고 다시 들어가면 총 2,170엔이 되냐고 물어보았다. 그러자 당황해하며 그럴 수 있다고 한다. 구간마다 요금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아.......

 

이런식으로 정해진 메뉴얼과 질서에 대해서 한 번 더 생각해보는 내가 비합리적인것인가? 머리가 띵해진다. 이런 경우 일본에서 지낸 초반의 몇년간은 말이 안된다고 생각을 했고 화가 났었다. 하지만 이런 인지 부조화 때문에 발생하는 화는 결국에 어디에다가 풀 방법이 없다. 한국처럼 따지고 민원을 넣고 시스템이 개선되길 바라는 싸움을 걸며 끝까지 물고 늘어지고 싶지만, 그렇게 해도 쇠귀에 경 읽는 식으로 넘어가버리는 경우를 몇번이고 보다보면 점점 인지 부조화를 해결하는 내면의 방법. 즉 자기기만을 이용해서 내면의 화를 다스리게 된다.

 

"그들이 저러는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야. 예를 들어 교토시는 시내의 JR에 세금 등을 이용한 지원을 해주고 있기에 그 나름의 합리성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런식으로 넘겨 짚으며 인지부조화가 일으킨 내면의 화를 다스리게 되는 것이다. 물론 세상 일 하나하나에 다 이유를 달고 따지고 바꾸려고 노력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나이를 먹고 보니 이런 자기 기만의 방법도 나쁘지만은 않은것 같다. 세상이 그렇게 된데는, 현장의 당사자 그 누구도 알지 못하는 어이없는 원인이 바닥에 깔려 있을 수도 있고, 경로 의존성에 의해서 그냥 그렇게 되어 버린 경우도 많을 것이지만, 복잡한 세상에서 하나 하나 다 걸고 넘어가며 살기에는 내 시간과 감정이 너무 아깝다. 다만 이 문화에서 아쉬운 것은 이렇게 발견한 비합리성이 그 시스템을 수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사람에게 닿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혹은 닿을 수 없을 것이라고 느껴지는 것에서 오는 무력감이다. 물론 한국이라고 해서 항상 쉽게 저 위까지 나의 의견이 닿지는 않지만 그래도 우리는 다양한 경로로 어필할 수 있는 수단이 잘 마련이 되어 있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무슨 말을 쓰기 위해서 이 글을 쓴것인지는 모르겠다. 다만 내 좌절을 글로 남김으로써 조금이나마 인지부조화를 자기기만으로 해결해야만 했던 나를 위로하는데 도움은 되었다. 그리고 혹시 교토에서 기후로 이동을 하게 되고, 그때 IC 교통카드를 이용하게 된다면, JR을 이용했다고 하더라도 교토 시내에서 출발한 경우, 교토 역에서 한번 내리고 이용하라는 것이다. 물론 코베와 오사카의 경우에는 교토시내에서 내리는 것이 요금이 더 비쌀 수 있으니, 주의 바란다. 이 글은 나처럼 기후를 가는 경우에만 해당된다. 겨울이나 4월, 교토에서 기후로 가는 JR에서는 눈으로 덮인 멋진 산들을 볼 수 있기에, 느린 여행을 꿈꾼다면 한 번쯤 시도해 보시라. 평범해 보이는 시골 경관이지만 겨울과 봄의 여행으로 후회는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여름은 청량함은 있지만 경관이 조금 아쉽다. 겨울과 봄에는 눈 덮인 산으로 인해 멋진 풍광을 즐길 수 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