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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회

임시 저장 글이 다 사라지다.

by 모콤보소 2023. 12. 15.

결혼식과 이곳저곳에 Job application을 내느라(물론 다 떨어졌다) 바쁘게 9월, 10월, 11월을 보냈다. 그 동안 간간이 새롭게 저장하여 수명을 연장해 두었던 이곳 티스토리의 임시저장 글들 8개가 다 날아가 버렸다. 빨리 마무리를 지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하고 머뭇머뭇하다가 다 날아가 버렸다.

 

두 개 정도는 이미 여러 번 다듬었으며, 발행만 하면 되는 글이었는데... 그 글들을 어떻게 다시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글쓰기의 주제를 찾을 수 있던 여유 있던 일상은 이제 더 이상 나에게 존재하지 않기에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자 그래도 우리는 나아가야 하지 않는가. 이렇게 주저앉아 버릴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럼 어떻게 할까? 그래 그냥 쓰는 것이다. 비록 부실한 감정이지만, 한 번 써보자. 무엇이던 써지지 않겠나.

 

먼 이국 땅에서, 따뜻한 연말을 보내고 있는 지금. 오늘 마음 한쪽이 허전한 것은 아마도 거듭되는 직업 찾기의 실패 때문일까? 아니면 그것에 더해, 집하나를 렌트하는데도 약 200만원 가까운 월세를 지불해야 하고, 그를 해결할 만한 여유로운 직업을 아직 찾지 못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학회를 위해 그제부터 자리를 비우고 있는 내 소중한 아내 때문일까. 어제까지는 아주 건강하였고 또 활기가 넘쳤다. 모든 실패들은 아직은 더 도전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일 만큼의 여유도 있었다. 하지만 지난밤. 몇 번이나 잠에서 깨어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지속하고 있는 오늘의 나의 몸과 마음은, 5km의 달리기를 하고 샤워를 마치고 난 지금도,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이럴 때일수록 한쪽 구석에서 그 존재도 잊고 있던 불안과 사소한 감정들이 스멀스멀 내 마음에 번지기 시작한다. 그런데 이렇게 글을 쓰며, 내 마음에 번지는 사소한 불안들이 힘을 잃고 있는 것을 느낀다. 이 글을 마치고 따뜻한 밥을 먹고 나면 아마 나는 더 나아져 있을 것이다. 그리고 오늘 잠을 자고 나면 모든 것이 또 달라 보일 것이니, 그냥 밥먹고 자자.

 

사실 이 글에 남기지는 못하지만, 내가 오늘 이렇게 침잠하는 이유를 나는 안다. 그냥 외부적인 요인이다. 항상 욕심이 불러오는 아쉬움. 그것이 문제다. 그러니, 그냥 그러려니 하고 내버려 두면 된다.

 

오늘 같지 않은, 날씨도 맑고 마음도 건강한 날이 오면, 보노보에 대해서 써보려고 한다. 야생 보노보는 동물원의 다른 영장류들과 달리 자기를 대상으로 하는 성행위(어렵게 썼지만 자기를 위하는 행동, 여러분이 생각하는 그것이 맞다)를 하지 않는다. 동물원의 보노보는 오래 관찰을 한 적이 없어, 그들이 자기를 위하는 그 행동을 얼마나 자주 하는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2년 동안 관찰한 야생의 보노보에서 비슷한 행동을 딱 한 번 밖에 본적이 없다. 그 행동도 동물원의 다른 원숭이들에 비하면 비하면, 자기 위로 행위인지도 분명하지 않았다. 왜 이런 차이가 생기는 것일까? 에로틱하다고 알려진 보노보에 대한 오해는, 10년전의 내 글에도 써있지만, 동물원의 보노보에 대한 관찰이 대중적으로 재상산되며 비롯된것이 아닐까 한다. 

 

영장류 연구자를 만나고 오니, 간만에 영장류 연구에 대한 글이 써보고 싶어 진다. 아마도 새로운 분야의 연구 논문을 쓰며, 영장류학의 물을 빼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새삼 느끼다 보니, 이렇게 블로그에라도 써보고 싶어지나 보다.

 

어미가 먹던 파인애플을 얻어 먹고 있는 칼린이라는 새끼 보노보. 우리 눈에는 이것이 아이에게 직접 음식을 제공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우리의 의견을 논문으로 보고하려고 하면, 리뷰어들은 어미가 한눈 파는 사이에 새끼가 그냥 먹고 있는 것은 아닌지 어떻게 알 수 있냐고 반문할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이야기하는 과학적 사실이 항상 귀납적일 수 밖에 없고, 절대적일 수가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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