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연구/보노보 (Bonobo)

에로틱 보노보?

by 모콤보소 2012. 12. 29.

  한국에서는 침팬지도 잘 알려져 있지 않는데, 나는 다짜고짜 보노보를 소개 중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유인원과 원숭이의 차이를 알지도 못하는데, 내가 보노보를 소개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변화는 본래 아주 작은 곳에서부터 시작한다고 하지 않는가. 적어도 이 블로그를 방문하는 사람들에게는 보노보를 더 알고, 그들이 우리 인간세계에 시사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되었으면 하는 게 나의 작은 바람이다.

  사실 한국 사회는 기독교가 하나의 주요 종교로 확고히 자리잡고 있고, 기독교에 심취한 사람들은 진화론을 그들의 교리에 도전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과학 이론 그것도 생물학 이론의 가장 기본이 되는 진화론은 종교에 도전한 적이 없다고 자신한다. 오히려 확고한 종교관을 가진 사람들이 과학의 발전을 그들의 종교에 대한 위협이라고 느끼는 것일 뿐. 인간 지성의 발달과 이성의 발달은 신의 영역이던 부분에서 신성을 제거해 왔을 뿐이다. 신의 영역이라고 생각되던 부분은 그만큼 줄어 들고 있었으며, 그 결과 우리는 단순히 예수천국 불신지옥이라는 말을 의심할 수 있는 사회에 와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세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최악의 사건들을 예로 들어가며 나에게 싸움을 걸 생각을 하지는 말아달라. 나도 그런 일들이 과학이 발전한다고 해서 모두 해결이 되리라고 믿지는 않으니 말이다.


다른 집단에 대한 무지와 비뚤어진 시작을 거두자.

  그래 이왕 말이 나온 김에 좀더 나가보자. 나는 과학은 인간이 가치판단을 뒤로한 체, 가장 중립적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위해서 만들어낸 도구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 도구는 가치중립적으로 쓰이지 않기도 한다; 내 글의 공격받을 요소를 하나하나 방어하면서 글을 쓰려고 하니 오히려 글이 어수선해지는 것 같다. 지금부터는 이런 자기 변호도 하지 않으련다.) 종교가 없이도 우리는 종교적일 수 있다. 꼭 종교가 있어야 종교 적인가? 과학 그 중에서 진화론을 기반으로 하는 행동생태학을 공부하는 학생으로써 나는 항상 사람들에게 말한다. 우리가 아름다운 자연 앞에서 감탄하고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거나 숙연해지는 감정들은 아주 종교적이라고. 물론 이런 감정들은 나도 가지고 있다. 이런 종교적인 감정이 없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겠는가. 그래서 나는 생각한다. 앞으로 종교는 이런 인간본연의 종교적 감정들을 더욱 아름답게 지켜주고 닦아 주어야 하는 것 아닐까 하고 말이다. 그들이 하지 말아야 할 것은, 적어도 다른 집단에 대한 무지와 삐뚤어진 시각으로 전쟁이나 타 집단에 혐오를 조장하는 것이다. 전에 이야기한 침팬지처럼, 우리는 타 집단에 대해서 너무나 쉽게 잔인한 행위를 해 버릴 수 있는 성향도 가지고 있지 않는가.

이번 글을 사실 종교에 대한 것을 이야기 할 목적이 아니었는데, 이야기가 이렇게 흘러가버렸다. 변명을 하자면 보노보를 우리의 가장 가까운 친척으로 받아들이는 것에 대한 사람들의 거부감에 대해서 조금은 가슴속에 욱하는 무엇인가가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제 서론이 너무 길어졌으므로 보노보의 이야기로 돌아가자.








    


  지난 글에서 나는 에로틱하다고 알려진 보노보가 사실은 그렇지 않다고 말을 했다. 사실 침팬지의 암컷의 경우 짧은 발정기에 보노보 암컷에 비하여 더욱 많은 수의 교미를 함이 알려져 있다. 왜 일까? 여러 가지 가설이 제시되고 있고 한가지의 가설로 그들의 행동을 다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적어도 우간다의 칼린즈 숲에서의 암컷 침팬지들의 교미 행동은 침팬지들의 부성을 불 확실하게 만들어 혹시 있을지 모르는 유아살해의 확률을 낮추는데 그 초점이 맞춰진 듯 하다. 같은 연구과에 계시는 선생님께 들은 바로는 하루에 50회 이상의 교미가 한 마리의 암컷에게 관찰 된 적도 있다고 한다. 물론 20마리 이상의 다른 수컷들이 참여했다고 하였다. 이것이 무엇을 말하는가? 인간적인 표현을 하자면 칼린즈 숲의 암컷 침팬지들에게는 혹시 있을지 모를유아살해의 위험 때문에 소모적인 난교를 피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보노보는 이런 부분에서 많이 다르다. 비록 유아살해의 간접적인 증거가 보고된 적은 한번 있지만 직접적인 살해의정황은 관찰된 바가 없으며, 수컷들에 의한 강압적인 성교의 시도도 보고 된 적이 없다. 발정기의 암컷을 공격하거나 위협을 통한 성교가 일반적으로 보고 되는 침팬지와는 참 많은 차이를 보여준다. 보노보를 관찰하고 있으면 이들이 비록 섹스를 사회적 도구로 사용하고는 있으나, 누구에 의한 강압적이거나 위압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가 없다. 이들에게 섹스는 아주 자연스러운 사회적 소통의 한 도구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자유섹스주의자라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보노보 사회의 특징을 설명하기 위한 하나의 가설은 암컷들의 사회적 지위가 높기 때문에 암컷들이 성의 주도권을 쥐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보노보 암컷들은 침팬지 암컷에 비하여 다른 암컷이나 수컷과 연대를 형성하는데 더 뛰어나고 그렇기 때문에 수컷들의 강압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여러 가설들이 있으나, 시간 관계상 건너 뛰도록 하자.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현대 유럽이나 미국처럼, 여성의 권리가 높은 사회일수록 여성의 성적 선택권이 더 자유로워 보이는 것과 무엇인가 통하고 있는 것 같지 않은가? 이 이상 나는 말하지 않겠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 그저 한번 더 생각해 주면 그걸로 됐다. 한국 사람으로 나는 알고 있다. 아직도 대부분의 남자사람은 여성의 정절을 아주 중요시 한다고. 하지만 결혼 이후의 정절이 더 중요한가 아니면 당신을 만나기 이전의 정절이 더 중요한가? 또 한가지 더 묻고 싶다. 정절을 지켜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내가 이런 질문을 한다고 해서 정절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야 하는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말해둔다. 국가의 정책과 지도층의 방향이 더 나아질 수 있는가에 대해서 의문을 갖는 것이 빨갱이가 아니듯 말이다!!!!

반응형

'연구 > 보노보 (Bonobo)'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보노보의 노안  (5) 2016.11.10
왐바의 보노보  (1) 2013.02.08
평화적 보노보?  (2) 2013.01.08
보노보와 침팬지  (0) 2012.12.28
보노보(bonobo)를 아시나요  (0) 2012.02.16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