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정말 보람을 느끼는 경험을 했기에 공유하고자 한다(이 글의 초안을 작성한 것은 2019년 11월인데, 2020년 9월이 되어서야 마무리를 짓게되었다).
연구자로써 언제 가장 큰 보람을 느끼는가. 몇 일 전(2019년 11월) 몇년전부터 인연을 맺어온 부산대 친구를 통해서, 이런 순간이 아닐까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어떻게 처음 인연을 맺게 되었는지는 그 순간의 시계열이 정확히 떠오르지는 않는다. 다만 기억에 남는 것은, 당찬 부산대 학부생 두명이 나에게 찾아왔고. 서로 의견이 맞아 함께 긴팔원숭이를 관찰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8월 한 여름의 엄청난 땡볕 아래서 그 둘은 멋지게 데이터 수집과 분석을 완성하였고, 이를 학술제에서 성공적으로 발표도 하였다. 그때도 그 둘이 정말 자랑스러웠는데. 몇일전의 감격은 그것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었다.
몇일전 이 부산대 친구 중 한 명이 연락을 해왔다. Sussex 대학교에 대학원 진학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내년 3월부터 시작한다고 한다. 내가 써준 추천서 덕분이라고 하는데, 사실 나의 추천서가 얼마나 힘이 있겠느냐. 그 친구가 정말 열심히 뛴 덕이다. 그녀가 선택한 학위의 길은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특히 행동생태학이라니. 쉽지 않겠지만, 그녀가 지금까지 보여준 의지라면 분명 잘 할 수 있을 것이다. 아 그리고 가다가 중지해도 괜찮다. 간 만큼은 자기 것이니.
그녀의 도전과 앞으로의 성취를 기대하며, 앞으로 나와 공동연구를 진행하는 멋진 연구자로 성장해 나가도록 기원한다.
내가 조금이나마 누군가의 앞길에 디딤돌이 될 수 있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나에게 가장 큰 보람을 준다는 것을 배운 하루다.
그리고 또 배운 것은 우리는 보노보나 침팬지같은, 아니 그들보다 더 지독한 사회적인 동물이라는 것이다. 홀로서기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테마 중 하나지만, 홀로서기를 통해서 마침내 만나게 되는 나는 결국 사회의 일 부분으로 기능하는 개체가 아닐까. 이 깨달음은 우리가 추구해야 할 삶의 근인적 목표가 사회적으로 중요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 거창한 타이틀을 가진 사람이 아닌, 내 주변의 관계에서 중요한 사람이 되는것이라는. 내가 사회적으로 중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해주는 일상의 접촉은 관계에서 나오고, 이 관계는 우리에게 행복이라는 삶의 근인(proximate reason) 그 자체임을 배운 하루다.
다시한번 감사의 말을 드리며, 오늘은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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