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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외장하드가 고장이 나려고 한다.

by 모콤보소 2019. 2. 28.

갑작스런 페이스북 메시지가 왔다. 외장하드에 저장되어 있던 파일이 열리지 않는 다는 것이다. . 어떡하지. 설마 베드 섹터?

 

재빨리 윈도우 키를 누르고 quick assist를 입력하였다. 윈도우 10에 내장된 기능인 quick assist를 실행하기 위해서.

 

실행 버튼을 누르고 인증에 필요한번호를 알려준다. 잠시 후 컴퓨터가 연결이 되고 나는 접근에 필요한 모든 권한을 얻었다. 그리고 하드디스크 검사를 실행하였다. 그랬더니 오류가 발생하며 수행이 안된다. 커맨드 프롬프트를 띄워서 chkdsk를 수행하였다. 그래도 안된다. . 왜지?

그런데, 그때, 그녀가 나의 행동을 멈추더니 묻는다. 디스크검사는 잘못하면 파일이 지워지는 것 아니냐고? 맞다. 그럴 수도 있다. 다행이었다. 오류와 그녀가 날 멈춰 주어서.

 

주마등처럼 지난 기억이 떠오른다.

1. 그녀의 느린 노트북의 하드 디스크를 SSD로 교환해주면서 DVD롬을 고장 낸 기억.

2. 그녀가 새로운 안드로이드 휴대폰을 샀을 때, 이전 휴대폰의 라인에 저장된 사진과 메시지들을 다 날려먹은 기억.

 

그래 도움을 주려다가 더 큰 문제만을 만들어 내곤 했었지. 내 행동에 브레이크가 걸린다. 그리고는 내가 수행하려는 디스크 검사의 위험성에 대해 구글링을 했어야 했는데, 나는 그러지는 않고 대신 통화버튼을 눌렀다. 그리고는 약간은 내 감정이 섞인 단어를 선택하여 말을 하고 있었다.

 

"뭔가 도와주려고 했던 것들이, 항상 문제를 일으켰기에 이번에는 더이상 진행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문장만 읽어보면 이 속에 어떤 서운한 감정이 들어 있는 것을 알아낼 수 없다. 그동안 있었던 것들에 대한 서술일 뿐이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감정이 배제된 단어를 선택해서 말투와 톤에서 서운함을 입혀내는 방식은 고약할 정도로 정교하게 디자인 된 나의 덫 일지도 모른다. 언제든 나는 그런 식으로 말하지 않았다라며 발을 뺄 수 있는 교묘한 덫.

 

진화는 생존과 번식에 중요한 요소들에 대해서는 재빠르게 작동하는 인지시스템(시스템 1이라고 하자)을 이용한 포착 능력을 우리에게 주었다. 위의 경우와 같이 우리는 상대방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문장 속에서 상대의 감정을 상어가 바닷속 피 냄새를 감지하 듯 빠르게 읽어낸다. 그리고 단어 혹은 어간에 숨어있는 감정의 단서들을 이용해 다음 행동을 수행한다. 이러한 과정은 좀더 느리게 전후 관계를 논리적으로 혹은 이성적으로 따지려는 다른 인지 시스템(시스템 2)이 개입할 여지 없이 빠르게 진행된다. 그래서 많은 경우 시비가 되고 싸움으로 진행되고는 한다. 이러한 시스템 1의 작용을 제어하기 위해서는 어느 한쪽만이라도 시스템 2를 작동 시켜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시스템 2를 이용해 시스템 1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방법을 익혀야 한다. 일상의 언어로 말하자면 뜨거워진 가슴을(감정을), 차가운 머리로(이성으로) 진정시켜야 한다. 노력을 통해서 자신의 감정의 움직임을 추적하는 것이 가능하긴 하지만 이는 말보다는 어려운 일이다.

 

 

다시 내가 한 말로 돌아가서.

 

나는 저 문장을 입 밖으로 내놓고 곧 후회를 했다. 이렇게 말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는 의식이 존재함에도, 나는 습관적으로 혀를 움직여 (행동) 이런 내 치졸함을 드러내 버렸다.

그래도, 다행히 내 말 속에 들어있는 부정적 감정의 단서들을 그녀가 대수롭지 않게 넘겨주었다. 그리고 더 다행으로, 그녀의 하드디스크를 더 이상 만지지 않았기에, 더 나쁜 상황으로 진행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중 최선이었던 것은 그녀에게 중요한 파일은 다 복사해 두라고 일러 두는 것뿐이었다. 이렇게 말을 하면서도 나는 내 데이터를 잘 보관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에 뜨끔했다. 나도 중요한 사진들을 복사본 없이 하나의 외장하드에 보관하고 있지 않은가.

 

외장 하드는 소모품이다.

 

가끔씩 백업을 잘 해두어야 한다. 이렇게 말은 하지만, 사실 나도 잘 대비하고 있지 않다. 이것은 아마도 우리의 뇌가 (혹은 행동은) 앞으로 오지 않은 것들에 대해서 대비하도록 진화하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드랍박스 등의 클라우드 서비스는 이런 인간의 한계를 개선시켜주는데 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도 박사학위 중 중요한 파일들을 날려버린 기억이 있다. 그 이후 나는 모든 중요데이터와 작업환경을 드랍박스(내ID 추천 링크)로 옮겼다. 그리고 이를 통해서 데스크탑과 노트북에서 자유롭게 작업하는 방식을 터득하였다. 현재 나에게 중요한 문서들과 연구 데이터는 모두 구글과 드랍박스에 저장되어 있다. 지금 이 글도 워드를 이용하여 드랍박스에서 작업 중임은 물론이다.

 

 

 

내 주변의 모든 이들에게 이 방식의 장점을 알리고 설득하였으나, 성공적으로 그들의 행동을 변화 시킬 수 있었던 경우는 딱 세명이다. 물론 이 셋도 사용 초기에 조작 미숙으로 작업한 파일이 업데이트가 안되는 등의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인내를 가지고 사용법을 익혔고, 이제는 이 서비스들이 없이는 많이 불안해 짐을 고백해 온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도 한번 써보는 것이 어떤가? 한번 익숙해지면 드랍박스나 구글 드라이브가 없는 작업환경은 상상하기 힘들 것임을 확신한다.

아래 링크를 이용하여 접속하여 회원가입을 하면 나에게 500메가가 주어지고, 당신에게도 500메가가 추가로 주어진다. 500메가면 작은 것 같지만, 엑셀이나 워드 문서라면 몇 백 개도 들어갈 양이기에 꽤 득이 될 것이다.

https://www.dropbox.com/referrals/AADREpmdKdtbNEkM-qbBsuLSF24giHXkIrA?src=global9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서 글을 남기려다가 드롭박스 홍보글이 되어버렸구나.

허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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