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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회/동물행동

도망치듯 뛰어서 길을 걷는 고양이 2부

by 모콤보소 2019. 1. 27.

이야기가 길어져 지난 1부에서 못한 이야기는 2부로 넘겼다.

1부를 보시려면 밑에 관련 글에서 클릭하거나, 여기 클릭하면 된다.

 

1부에서 다룬 가여운 녀석과는 반대되는 조금은 더 운이 좋은 다른 수컷 고양이가 있다.

이 녀석은 어려서부터 배려심 많은 사람들이 사는 골목길의 작은 쉼터에서 태어나 노련한 엄마와 함께 할 수 있었다. 이 골목길에서 사람들은 고양이를 많이 배려한다. 운전자들은 고양이가 지나가면 차를 세워주고 고양이가 차를 피할 수 있도록, 그리고 차가 위험하다는 것을 알 수 있도록 주의를 기울여 준다.

 

어느덧 독립한 우리의 주인공 고양이가 처음으로 혼자 길을 건너려 한다. 이 고양이는 여태까지 엄마만 따라다녔기에 좌우도 살피지 않고 그냥 길을 건넌다. 이때 갑자기 나타난 자동차. 하지만 운전자는 이 고양이를 먼저 발견하고 경적을 울리며 차를 세운다. 고양이는 갑자기 나타난 차를 보고 당황하고, 위험을 감지한다 (갑자기 큰 무언가가 자기에게 다가오면 놀라라는 본능을 이용해서). 이 본능 시스템 덕에 움직이는 자동차가 위험하다는 것을 알아챈다. 이런 부주의한 행동을 몇 번이고 반복한 이후, 길을 건널 때는 혹시 차가 오지는 않는지 주위를 살피는 행동을 익히게 된다.

그리고 1년이 지났다. 이 고양이는 이제 길을 건너기 전에 주의하는 법. 그리고 차가 다가오는 것을 고려해서 걷거나 뛰거나 혹은 잠시 멈추는 법을 배웠다. 이 수컷 고양이는 사랑하는 암컷 고양이를 만나, 고양이 같은 새끼들을 낳고 행복하게 10년을 살다가 간다.

 

<고양> 차 밑에서 쉬는 고양이에게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어떨까?

 

태어날때 운에 의해서 주어진 환경의 차이가 삶에 큰 차이를 낳는다. 특히 약자에게는 더욱.

 

상상 속의 이 이야기에서 두 수고양이에서 중요한 차이는 환경이다. 이 환경의 차이가 착오(시도의 오류)의 비용의 차이를 낳았다. 태어난 환경의 차가, 처음 길을 건넜을 때의 경험의 차이를 낳았고, 고양이의 인생에서 큰 차이를 가져왔다. 그렇다면 왜 첫번째 고양이는 길을 건너는 더 적당한 방법을 배우지 못한 것일까?

 

첫번째 글을 생각해보자. 이 운 나쁜 고양이는 자기 같은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지 않는 환경에서 태어났다. 이곳에서 고양이의 시도(trial)가 오류(error)일 때 그 비용은 목숨이다. 즉 오류는 죽음을 불러오거나 혹은 죽음에 가까운 부상을 초래한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습득하기 쉬운 행동 방식이 무엇일까? 앞도 뒤도 보지 않고 뛰는 전략 아닐까? 다른 것들을 이해할 겨를이 없던 이 녀석은, 위험을 그저 빠르게 피하는 것만 겨우 배웠을 뿐이다. 배우지 못했기 때문에 운에 자신을 맡길 수 밖에 없다.

 

더 복잡한 방식인, 길을 건너는데 주위를 살피고 또 속도를 줄이거나 높이는 것은 많은 경험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런 경험은 학습에 우호적인 환경을 필요로 한다. 더 우호적 환경에서 자란 두번째 고양이가 길을 노련하게 건너는 법을 배울 수 있었던 것은 이런 우호적 환경 덕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환경의 차이 때문에 두번째 고양이는 장수하게 된다. 약자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행동방식을 배울 수 있도록 우호적 환경이 조성되어 있었던 덕이다.

 

그래서 뭐 어떡하라는 이야기인가.

단순하다. 지금부터라도 우리가 운전할 때 길에서 길을 건너는 이들을 약자라고 생각하고 배려하고, 규정 속도를 지키는 운전을 하면 어떨까. 운전면허를 딸 때 배웠던 것처럼 50km/h의 제한 속도가 그 구간에서 넘어서면 안되는 최고 속도라는 것을 명심하고 이를 실천하는 것은 어떨까? 고양이가 앞도 뒤도 보지 않고 달려서 길을 건너는 도시에서 약자가 설 자리는 두텁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나아가 고양이가 왕복 4차선 혹은 그 이상의 도로를 건너는 평균 속도와 약자에 대한 권리 보호와 사회적 인식은 반비례 관계에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한 사회의 문화는 유기적으로 짜여 있어 하나를 바뀌기 위해서는 시스템 전체가 바뀌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무엇인가를 바꾸는 것은 쉽지 않고 저항에 부딪히게 된다. 하지만 작은 것 하나를 분명한 의지를 가지고 바꾸게 되면, 그것과 연결된 다른 것들도 바뀐다.

시스템은 지속되기 위해 안정되려는 경향을 갖는다. 이질적인 무언가가 들어왔을 때, 이를 시스템이 계속 안고 안정을 찾기 위해서는, 새롭게 도입된 이질적인 것을 원래대로 돌리거나, 다른 연관된 것들이 연쇄적인 변화를 통해서 새로운 평형에 도달하는 수밖에 없다. 이때 새롭게 도입된 이질적인 것이 절대로 바뀌지 않는 다는 것을 시스템이 알아차리면, 새로운 평형을 위해서 다른 것들이 연쇄적으로 바뀔 수 밖에 없다. 그래서 국가가 규칙을 정하고, 그것을 지키는 것은 아주 중요할 수밖에 없다. 오늘은 더 이상 나가지 말고, 이제 본 이야기인 운전으로 돌아가자.

나는 운전자가 길을 이용하는 모든 약한 것들에 대해서 배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실천은 규정 속도와 신호 준수로 시작할 수 있다고 믿는다. 운전을 하면서 규칙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을 벌하려고 하지는 말자. 이는 우리의 도덕감정에서 비롯된 것으로, 우리에게는 그들을 벌할 권리가 없다. 그 권리는 우리는 선거와 헌법을 통해 공권력에 위탁했다. 그저 나부터 실천할 수 있는 범위에서 이 글을 읽는 사람이라도 실천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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