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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회/동물행동

도망치듯 뛰어서 길을 건너는 고양이

by 모콤보소 2018. 3. 17.

20183 15.

일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 여느 때처럼 운전을 하고 있었다. 이미 밤이었고, 차들은 많지 않았다. 운전을 하여 시내로 접어들었을 때, 고양이 한 마리가 도로로 뛰어들더니 앞만 보면서 전속력으로 뛰어간다. 차와의 거리는 충분하였지만, 그래도 브레이크를 밟아 속도를 줄이며 생각했다.

"저것이 고양이가 배운 가장 안전한 길을 건너는 법이구나. 가여운 것

도로를 건너는 것은 고양이에게는 목숨이 걸린 일

고양이는 인간이 만들어 놓은 도로를 쉽게 이해하지 못한다. 고양이는 비록 도시에 인간과 공존하지만 우리가 만들어 놓은 신호 체계를 이해하는 방법을 배워본 적이 없다. 사람의 아이들도 이 시스템을 이해하는데 10년이 넘게 걸린다는 것을 생각해보자.

 

사진 1. 부모님 주변에 사는 고양이 식구들. 밑에서 쉬는 것을 좋아한다.

좀 더 이야기를 복잡하게 해보자.
Trial and Error (
시도와 오류; 시행착오) 는 동물의 학습 가장 중요한 방법이다. 인간을 포함한 많은 동물은 어린 시기에 유연한 뇌를 바탕으로 학습을 더 잘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고양이는 시행착오를 통해서 길을 건너는 방법을 배울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착오의 비용이 너무 크기에 쉽지 않아 보인다.

사고 실험을 해보자.

 

수컷 고양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혼자서 왕복 4차선의 도로를 건너려 하고 있다. 목표는 길 건너의 멋진 암컷 고양이 (암컷 고양이를 다치게 하거나 죽이는 사고 실험은, 수컷 고양이를 그렇게 하는 것보다 더 잔인하게 느껴지는 것이 나의 한계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우리의 고양이는 그냥 걸어서 도로를 건넌다. 운이 좋게 차가 없어서 잘 건넜다. 그런데 막 길을 건너니 차가 빠른 속도로 지나간다. 빠르게 지나가는 차를 보면 설명은 잘 안되지만 뭔가 안도감이 든다.

 

다음날이다. 막상 만나보니 생각하던 멋진 암컷이 아니어서, 다시 길을 건너 집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고 싶다. 그래서 도로로 들어섰다. 근데 저 멀리서 아주 거대한 자동차가 빠른 속도로 다가온다. 나를 잡아먹으려는 것인가? 순간적으로 본능을 따라 고양이는 속도를 내 도망치듯 달려서 길을 건넌다. 다행이 이번에도 무사히 길을 건넜다. 그래서 오늘의 경험을 머리에 추가한다. 도로를 건너려면 나를 잡아먹을 것 같은 저 차를 피하기 위해서 빨리 달려야 한다 (그런데 고양이가 체득한 이 방법이 과연 최선의 방법일까?).

 

이제 또 다음날이다. 이제 두 번 길을 건너보았기 때문에 조금 자신이 붙었다. 반대편 도로에 또 멋진 암컷 고양이가 있다. 가까이 가서 바라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 질 것 같다. 그래서 길을 건너려고 한다. 그런데 어제의 일이 떠오른다(떠오르지 않고 직관적으로 느껴질 가능성이 높지만).

 

그래 저 무서운 자동차를 피하기 위해 어제 뛰었지. 그래 일단 도로는 달려서 라도 빨리 벗어나는 것이 최고야.’

 

그래서 처음부터 뛰기 시작한다. 조금 뛰었더니 어느덧 멋진 암컷 고양이가 눈앞에 있다. 그래 길을 건넌 보람이 있다. 이런 상황이 몇 번이고 반복된다. 그래서 이 고양이는 도로를 건널 때 앞도 뒤도 보지 않고 무조건 뛰고 보는 방식을 습득한다. 다행이 운이 좋게 일년 넘게 사고를 당하지 않았고 멋진 암컷 고양이와 고양이 같은 자식도 얻었다. 그리고 자기의 인생을 가엽게 바라보는 이상한 운전자 와도 마주친다.

 

시간이 지난 어느 날, 앞도 뒤도 돌아보지 않고 길을 건너던 우리 수컷 고양이는 사고를 당한다. 그리고 그렇게 잊혀진다. 많은 고양이들이 이렇게 짧게 (뉴스 링크) 살고 가는 것 같다.

 

이야기가 길어져서 여기서 1부를 마친다. 2부에서는 위의 고양이와는 다른 삶을 살게 된 수컷 고양이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자.


#길냥이, #동물행동학, #도시의 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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